'소음밴드' [EP 앨범 `연`]


그 동안 인디음악 씬은 '자우림' 이후 여성 프로트맨 아티스트로의 대안은 없었다. 넘쳐 나는 음악 홍수 속에서 여성이 프론트맨으로서 밴드 전면에 부각 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라고 질문을 한다면 분명 우린 더 이상 홍대 여신이라 불리거나 말랑한 어쿠스틱 음악이 아닌 다른 음악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할 것이다. '소음(蘇音) 밴드' noise, 시끄럽다가 아닌 소리를 되살리다; 살아나는 소리. '소음'은 학창시절부터 홍대 토박이로 대부분 이곳의 독특한 문화와 변화를 보며 자랐다. 음대가 아닌 미대를 선택했던 그녀의 시선은 관심에 목마른 현대인에서부터 길거리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고양이까지 마치 캔버스에 그려내듯 음악에 담아낸다. 클래식과 재즈를 오가는 터치가 돋보이는 건반, 상상력 있는 기타톤과 연주로 긴밀한 곡의 여정을 이끌어가는 기타리스트, 루트만을 연주하는 것이 아닌 화성학적 연주 기법을 적극 차용하여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구성을 극적으로 덜게 만드는 영리한 연주를 하는 베이시스트가 시종일관 음악의 활기를 불어넣으며 그녀의 음악을 든든하게 서포터 해준다.


특히 이번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은 드러머 '아로'는 곡을 쓰는 드러머가 흔치 않은 국내 음악 신에서 신중한 노트와 볼륨을 컨트롤하는 연주자로 이미 정평이 나있다. "당신을 찾는 험난한 여정으로 얼마나 돌고 돌아왔는지" 아래로 무심히 떨어지는 피아노 인트로를 지나 이내 Sarah Mclachlan 연상 시키며 세밀히 절제된 보이스가 돋보이는 타이틀곡 "연" 은 아름다웠던 우리 인연의 끈에 대한 성가(聖歌)처럼 들린다. 연애의 온도, 공모자들을 비롯, 각종 광고와 뉴스에서 들었던 영화음악가 김지수의 오케스트레이션은 앨범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데, 이는 모두 리얼 세션으로 녹음되어져 있다. 감성에 성공적으로 다가갔던 '가을방학'을 좋아했던 섬세한 대중들이라면 즐겨 들을 수 있을 듯하다. 4번 트랙 "나를 위한 날이야" 는 흥미로운 디스코 곡이다. 때론 아일랜드 밴드의 색채가 느껴지기도 하는데 아마도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탄생한 북 유럽권의 음악에 영향을 받은 듯 하다. 리듬에 맞춰 춤추며 따라 부를 수 있는 흥겨운 곡이다.


그 외에 수록된 "디오드레베", 3박자 왈츠 곡 "모든 것은 변한다" "소녀의 기도"는 시적인 가사와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가 시각적으로 다가오는데 영화 음악 혹은 드라마에서 듣는다면 반가울 것 같다. "그 작은 소녀는 기도하네 세상 가장 멋진 사랑을 하길" 멤버 각자의 매력이 잘 배어 있으면서도 대중적인 '소음밴드'의 EP 앨범 발매가 서두에 언급했던, 씬의 활력을 불어 넣어 주길. 그들의 팀명처럼 소리가 되살아나길. 소녀들이 세상 멋진 사랑을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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